
얼마 전 디안젤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이상 그의 새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네요.
불과 얼마 전에도 'Black Messiah'(2014)를 들으면서
'아니, 이거 나온지가 벌써 11년 전이라고?'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Black Messiah는 그의 두번째 앨범인 Voodoo(2000년) 이후 14년 만에 발표된 것입니다.
무려 14년입니다...부두는 1월, 블랙메시아는 12월에 발매되었기 때문에 15년만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오랫동안 그의 새 음악을 기다렸기 때문에
앨범을 듣기도 전에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Voodoo는 처음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듣는 인생 앨범 중 하나인데
이 앨범이 더 특별한 이유는 제 군생활의 BGM이었기 때문입니다.
입대 후 훈련소에서 야간행군을 할 때
머릿속에서 feel like makin' love가 끊임없이 재생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계속 그 노래가 맴돌았습니다.
인생에 첫 행군이라 많이들 힘들어하고 심지어 낙오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전 내적 그루브를 타면서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혼자 딴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20대 초반의 저는 밴드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힙합/알앤비는 거의 안들을 때였는데
왜 이 앨범의 음악들이 계속 생각이 났는지...
사실 밴드음악은 군대와 굉장히 궁합이 좋아서
군생활을 더 몰입하게 효과가 있고, (매드맥스에 괜히 기타리스트가 나오는게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굉장히 경계했습니다.
Voodoo를 들어본 사람은 공감할텐데
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바이브는
대한민국 군생활의 정서와는 매우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앨범이 가진 그루브와 간지는
저와 제 원래의 세계를 잇는 끈이자
부조리한 관습에 물들지 않게 하는 부적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 개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죠.
다시 한 번 정확히 말씀드리면 실제로 음악을 들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20년 전에는 군대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빨래를 널거나 전투화를 닦을 때처럼 조금이라도 멍 때릴 시간이 있으면
살짝 레이백된 리듬속으로 되뇌였을 뿐이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하시길.




